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공사 현장에 공사중단을 예고하는 현수막이 붙어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사업지로 불리는 둔촌주공이 사업 안정화 궤도에 오를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조합이 다음 달 만기를 앞둔 7000억원 규모의 사업비를 상환할 방법을 마련했다고 공지하면서다.
14일 둔촌주공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은 이날 조합원들에게 "그동안 조합은 시공사가 연대보증하고 있는 기존 사업비 7000억원을 상환할 수 있는 새로운 대주단 구성에 전력을 다해 왔다"면서 "오늘 최종적으로 주관 금융기관으로부터 사업비 대출 관련 확정 통보를 받았다"는 메시지를 전송했다.
앞서 둔촌주공 기존 대주단은 다음 달 23일 만기가 도래하는 사업비 대출 보증 연장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조합에 전달한 바 있다. 24개 금융사로 구성된 기존 대주단은 조합이 시공사업단(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과 갈등을 빚는 과정에서 원활한 사업 진행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조합이 대출 상환을 하지 못할 경우 연대보증을 선 시공단이 대위변제해야 한다. 시공단은 대위변제 후 조합에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식으로 상환을 요구하게 된다. 이조차 갚지 못하면 조합이 파산하고 부동산 압류·경매가 시작된다.
이에 부동산업계에서는 둔촌주공 조합원 한 사람당 1억원에 가까운 금액을 더 지출해야 한다는 우려가 확산됐다. 하지만 조합 집행부가 새로운 자금 조달에 성공했다고 밝히면서 조합원들도 한숨 돌린 분위기다. 다만 새로운 대주단 명단은 공개하지 않았다.
김현철 조합장은 "사업비 대출 추진을 대외적으로 알리는 순간 외부 세력의 방해로 일을 그르칠 수도 있기 때문에 최종 확정될 때까지 보안을 유지하면서 대출 협의에 최선을 다했다"며 "대출 예정 금액은 8000억원으로 대출 조건은 총회 책자에 상세히 기술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금융 시장이 경색돼 있는 점, 시공사 보증을 받을 수 없는 점, 현장이 공사 중단 상태인 점 등 때문에 유리한 대출 조건 실행은 어려웠다"며 "대위변제 리스크를 제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상황임을 고려해 대출 실행 성공에 초점을 맞춰 업무를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음 달로 예정된 조합 집행부 해임총회에서 조합의 편에 서 줄 것을 호소했다. 둔촌주공조합정상화위원회가 최근 조합 집행부를 해임하는 안건을 올렸는데, 조합이 사업비 문제를 해결한 만큼 해임 명분이 사라졌다는 주장이다.
김 조합장은 "비대위가 추진하는 해임총회는 사업을 극단적으로 지연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면서 "총회에서 조합원 여러분의 현명한 선택으로 흔들리는 둔촌호를 바로잡아 달라"고 부탁했다.
현재 조합과 시공단은 공사비 증액 문제를 놓고 공사 중단 사태를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시공단은 공정률이 52%에 달하는 공사를 지난 4월 15일부로 중단했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중재안 마련과 함께 조합에 대한 운영 실태점검 관련 심의를 다음 주 개최할 계획이다.
[이가람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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