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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대책` 정부, 여당, 그리고 시장의 동상이몽

2020-08-07 매일경제

조회 5,007 | 추천 0 | 댓글 0 | 평점:없음

수요 억제 주력하던 文정부
주택공급 확대전환 첫 파격
걸음 떼기도 전부터 삐걱대
실행은 어차피 차기정부 몫
수요자 불안심리 안정 `관건`
시장신뢰 못 얻으면 도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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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까지 문재인 정부 3년여 기간 동안 22차례에 달하는 부동산 대책이 융단폭격식으로 쏟아졌다. 3기 신도시 건설 계획 같은 공급을 확충하는 조치도 발표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주택 당국이 내놨던 대책은 대체로 수요억제에 초점을 맞춘 것들이었다. 특히 올들어선 당국의 수요억제책이 가속페달을 밟았지만 집값 안정이라는 정책 목표는 이뤄지지 않았고 혼돈은 가중됐다.

결국 주택 공급 부족을 인정하지 않던 당국이 무릎을 꿇고 실질적인 공급 확대에 무게를 둔 카드를 처음으로 꺼내 든 게 지난 4일이었다. 23번째로 나온 이른바 '8.4 대책'에는 서울에서 종전에 35층으로 묶여 있던 재건축 층수 규제를 공공분양 도입 시 50층까지 허용하는 방향으로 용적률을 대폭 올려 준다는 내용이 포함되는 등 종전 정부 입장에서 볼 때 파격적이라고 할만한 것들이 적잖다. 하지만 대책을 둘러싼 셈법이 시장은 물론이고 정부와 한 배를 탄 것으로 생각되던 여당에서조차도 처한 위치에 따라 제각각이란 게 여실히 드러났다.

지난 4일 대책이 발표되자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종천 과천시장을 비롯해 서울 마포가 지역구인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 노원이 지역구인 같은 당 우원식·김성환 의원이 줄줄이 반발했다. 8.4 대책의 주택공급 핵심지역인 서울 마포·노원, 경기 과천 등지에서 여당 내에서 반대하고 나선 것은 예사롭지 않다. 과거 중앙정부의 정책 발표 후 여당 소속 의원이나 지자체장이 이렇게 반대 목소리를 낸 경우는 거의 없었다. 특히 이번 대책은 정권의 명운이 갈릴지도 모른다는 위기감 속에서 빠른 속도로 추진됐던 터여서 더 그렇다.

대책의 핵심지 관련 여당 인사들이 반발하니 첫 삽도 뜨기 전부터 공급확대 차질 우려가 비등하다. 유휴 국유지를 택지로 개발해 공급을 늘리고 재건축 추진단지에 공공분양 물량을 추가하는 대신 용적률을 대폭 높여 줘 서울·수도권에 당초 계획보다 13만2000가구를 더 공급하겠다는 정부 계획은 공염불로 추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더욱이 재건축 공공분양을 대폭 늘리는 방식으로 13만2000가구 중 5만 가구를 더 공급한다는 정부 계획에 대해 80%가 넘는 재건축조합들이 반대하는 마당이다. 용적률 상향으로 생기는 초과이익의 90%를 회수하겠다는 당국의 계획에 부정적이어서다. 당국이 계획을 완화하지 않아 조합의 참여가 부진해지면 재건축 공공분양 확대는 힘들어 지고 8.4 대책은 무력화될 수 밖에 없다.

사실 8.4 대책은 지난 3년간 주택담보대출 억제와 세제 강화 등에 몰두하면서 수요억제 위주로 정책을 쏟아내던 주택 당국이 사실상 처음으로 방향을 틀어 공급 확대에 무게를 실은 것이다. 어차피 이번 대책에 따른 실제 주택공급은 빨라야 다음 정부에서 이뤄진다. 대책의 효과는 결국 핵심지 주택공급이 꾸준히 이뤄질 것이란 신호를 시장이 받아들여야 나타나게 된다. 시장에서 정책을 신뢰하지 않는다면 '패닉 바잉' '영끌 매수' 현상은 그치지 않을 수도 있다.

정부가 기존에 강력하게 펼쳐왔던 수요억제책은 정책 의도와는 다른 결과를 냈다. 대출수요 억제만 하더라도 투기지역이나 투기과열지구내에서 시가 9억 원을 넘는 아파트주식담보대출의 LTV(주택담보대출비율:주택가격 대비 대출비율)를 20%로 낮추고 15억 원을 넘는 아파트에 대해서는 아예 주식담보대출을 금지하는 초강력 대책이 취해졌다. 조정대상지역내 종합부동산세율을 높이고 주택 장기보유특별공제 폭도 줄이는 것은 물론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도 강화했다. 하지만 자연발생적으로 나오는 주택 수요를 틀어 막을 수 없는 상태에서 위축된 공급이 불을 당겼고 거기에 당국이 대출 억제와 과세 강화로 주택수요를 더 누르려고 해도 약해진 공급으로 인한 불안심리를 잠재우지 못해 사태는 한층 꼬였던 셈이다.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3기 신도시 건설 같은 방안의 약발도 잘 먹히지 않는 상황이었다. 정부에서 발표한 대책들이 대부분 주택정책이라기 보다 증세정책으로 받아들여진 게 원인이다. 8.4 대책은 그런 측면에서 보면 큰 방향 전환인 셈이지만 민간 재건축조합들의 호응에 따라 성패가 갈릴 가능성이 높다. 아직 시장에서는 '8.4 대책'에 대해 긴가민가 하면서 당국의 공급 확대 진정성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정도인 만큼 시장의 공급 확대에 대한 신뢰가 관건이 된 상황이다.



올들어 주택시장 수급 불균형이 한층 악화하면서 전월세 임대차시장까지 불안해진 마당이다. 지난 2019년 초반 서울 강남에서 헬리오시티라는 1만 가구에 육박하는 대단지 아파트가 공급되면서 집값은 잠시 소강 상태에 접어들기도 했다. 하지만 이어진 정부의 대출 축소 등 수요억제책과 공급 지연에 대한 인식 확산으로 다시 들썩거리기 시작했고, 결국 올해엔 전세살이를 하는 30대 세대주들까지 나서서 이른바 '영끌' 주택매수라는 비정상적 상황으로 이어졌다. 주택 당국이 2020년7월 7.10 대책을 통해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 인센티브를 도입해 실수요자 보듬기에 나서기는 했지만 이미 기름이 부어진 시장의 불안을 잠재우지 못하고 있다. 시장은 이미 정책요인이 최대 변수가 된 지 오래다.

주택 당국은 신규 주택공급까지는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을 감안해 다주택자들을 과세를 한층 강화하면서 기존 주택을 내놓도록 압박에 나섰다. 부동산 취득.등록.양도세 등 거래세를 모두 높이고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 등 보유세도 같이 높이면서 임대주택사업자에 대한 혜택도 대폭 축소했다. 세금 부담이 무서우면 매물을 쏟아내라는 강한 신호를 준 셈이다. 세금을 물더라도 자녀.친인척에게 집을 넘겨주는 사태가 벌어질 것을 우려해 증여세도 강화했다. 그러다 보니 가히 핵폭탄급 증세 패키지가 되어 버린 모양새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는 풀기가 쉽지 않은 퍼즐이다. 서울 강남에서 집을 2채 가지고 있는 다주택자라면 금액으로는 30억 원을 가볍게 넘어설 가능성이 높은데 3.6% 종합부동산세를 문다면 1억 원 정도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이 정도면 웬만한 고소득자나 사업가라도 어지간하면 버티지 못하고 매물을 내놔야 할 정도의 폭탄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집을 팔지 않고 버틸 수 있는 사람은 자기 돈을 많이 들이지 않아도 되는 경우 밖에 없다. 즉 전세금이나 월세를 올려 받으며 세입자에게 전가하거나 증여 부담도 커지기 전에 서둘러 증여하는 길이 거의 유일하다는 얘기다. 결국 세부담을 피해 매도할 수 밖에 없는데 2021년 6월까지는 45%라는 중과된 양도세를 물면서 팔아야 하고, 양도세 최고세율 자체가 55%로 10%포인트 뛰는 2021년 6월부터는 부담이 더 커지니 매물이 나올 가능성이 한층 커질 것으로 보인다. 양도세에 덧붙는 부가세까지 감안하면 부담은 더 커 3주택자라면 주택을 팔 때 75% 양도세에 7.5% 부가세를 합해 82.5%를 물어야 한다. 10억 원의 시세차익을 거뒀다면 세부담이 8억 원을 넘는 셈이어서 주택을 보유하는 과정에 낸 보유세, 건강보험료 등을 감안하면 손해를 보면서 팔아야 하는 상황이다.



2021년 6월부터는 어차피 부담이 확 늘어난 뒤인 만큼 그 이전에 팔 지 못했다면 시장에 매물이 추가로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결국 2021년 5월말까지 다주택자 중과세 부담을 피하려는 매물이 나오면 그 뒤에는 다시 공급이 제한될 것으로 예상된다. 2020년 4분기말 기준 종부세를 내고 나면 세부담을 피부로 느끼면서 핵심지의 다주택자들이 매도를 결정하게 될 것으로 관측된다. 주택 당국이 이런 상황을 감안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를 한시적으로 유예하거나 하면 매물이 쏟아질 가능성은 매우 크다. 그런 경우가 벌어지면 고가주택 매물이 늘면서 2억~3억 원 이상 가격하락이 나타날 수도 있다. 그런 상황이 벌어지지 않는다면 수급이 어느 방향으로 튈 지 예단하기는 쉽지 않다. 어찌됐든 지금의 주택시장은 과거 어느 때보다도 정책요인이 좌우하는 판으로 바뀌었다.

주택시장 등락에 영향을 끼치는 다양한 요인 가운데 주택 당국이 취하고 있는 정책 방향은 전반적으로 시장 하락을 가리킨다. 대출 규제가 강화된 채 유지되고 있고, 보유세.거래세 등 세금 부담도 대폭 늘린 상태여서다. 여기에 경기침체가 지속되고 집값이 단기에 급등한 만큼 주택 수요자들의 피로감이 높다. 금리도 더 이상 내려갈 자리가 없을 정도로 낮아진 만큼 변동성이 낮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금리 변수가 크게 영향을 미치기 어려운 요소로 봐도 무방한 셈이다. 물론 당장 침체된 경기 때문에 인상까지 이뤄지진 않더라도 금리 상승 압력은 지속적으로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중장기적으로도 주택가격 하락 요인이 될 개연성이 크다.

문제는 유동성이 급증한데다 핵심지에서는 주택 공급이 단기적으로 매우 부족하고 주택 수요자들의 새집에 대한 욕구도 거세져 주택시장 상승의 불씨는 남아 있다. 정부가 8.4 대책에서 쏟아내겠다고 공언한 13만2000가구에 달하는 추가공급 물량에 대한 기대감이 얼마나 강하게 주택 수요자들에게 받아들여지느냐가 관건이다. 시장이 정책 신뢰를 하는 경우에는 그간 잔뜩 부풀어 올랐던 시장의 상승 압력은 김이 많이 빠지면서 안정 국면으로 들어설 수도 있다.

[장종회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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