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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가격 인상에 세금·건보료 `폭탄` 30% 오른 용산·강남·마포 집중타

2019-02-15 매일경제

조회 8,542 | 추천 0 | 댓글 1 | 평점: 

서울 용산구의 한 단독주택을 보유한 오 모 씨는 요즘 밤잠을 못 이룬다. 직장에서 은퇴한 후 변변한 수입도 없는데 정부가 공시가격을 올려 보유세가 100만원 이상 늘었기 때문이다.

오 씨는 “우리처럼 주택 1채를 보유한 실수요자까지 투기꾼 취급해 세금을 대폭 올리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문재인정부 내내 매년 보유세가 급등할 것 같은데 이참에 집을 팔고 전세로 옮겨야 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단독주택 공시가격을 대폭 올리면서 여론이 들끓는다. ‘공시가격 현실화’ 조치라지만 당장 넉넉한 수입이 없는 주택 보유자 입장에서 세금 폭탄을 맞을까 걱정하는 목소리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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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주택 공시가격 얼마나 올랐나

▷서울 17.7% 뛰어 역대 최대

국토교통부는 올 1월 1일 기준으로 전국 22만개 표준단독주택 공시가격이 평균 9.13% 상승했다고 밝혔다. 2006년 정부가 표준단독주택 가격 공시를 시작한 이래 가장 많이 올랐다. 전년 상승률(5.51%)보다도 3.62%포인트 높다. 이에 따라 주택 보유자마다 세금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1주택자 종합부동산세 부과 기준인 9억원 초과 표준단독주택이 전년 대비 58%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세부적으로는 지난해 1911가구에서 올해 3012가구로 1000가구 넘게 증가했다. 

공시가격이란 정부가 단독주택, 아파트, 토지 등에 세금을 부과할 때 기준이 되는 가격이다. 일례로 시세 10억원인 단독주택 공시가격이 5억원이라면 이 가격에 일정 비율의 세율을 곱해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등을 부과한다. 세금 부과 기준이 되는 전국 표준주택의 시세 대비 공시가격 비율, 즉 현실화율은 지난해 51.8%였다. 올해는 53%로 1.2%포인트 올랐다.

지역별로는 서울 평균 주택가격이 17.75% 올라 시도별 상승률 1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공시가격 상승률(7.92%)과 비교하면 1년 만에 2배 이상 뛰었다. 이 중 용산구(35.4%)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용산공원 조성사업, 한남뉴타운 등 각종 개발 호재가 몰린 영향이 크다. 한남동 등 ‘부촌’에서는 공시가격이 100% 즉 2배가량 오른 집도 수두룩하다. 이어 강남구(35.01%), 마포구(31.24%), 서초구(22.99%), 성동구(21.69%) 등이 뒤를 이었다. 주로 강남권과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지역 공시가격이 많이 뛰었다.

서울 외에 지방 광역시도 상승률이 꽤 높다. 대구광역시가 9.18% 올라 전국 시도 중 유일하게 평균 상승률(9.13%)을 넘어섰다. 광주(8.71%), 세종(7.62%) 등 지방에서도 집값 상승률이 높았던 도시가 뒤를 이었다.

단독주택 공시가격이 급등한 이유는 뭘까. 정부는 올해 단독주택과 공동주택의 세금 불균형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단독주택 공시가격 인상률을 높였다고 밝혔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그동안 아파트보다 고가 단독주택, 일반 지역보다 가격 급등 지역의 공시가격이 낮아 형평성에 문제가 있었다”고 밝혔다. 시세보다 공시가격이 낮은 고가 단독주택이 서울에 집중돼 다른 지역보다 서울 공시가격 인상률이 높았다는 의미다.

국토부에 따르면 시세 15억원 이상 고가 주택은 전체의 1.7%에 그쳐 비중이 높지는 않지만 공시가격 상승률은 독보적이다. 주택가격대별로 보면 시세 25억원을 넘는 주택의 공시가격 상승률이 36.49%에 달했다. 15억원 초과~25억원 이하 주택도 21%나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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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가격 오르면 세부담 얼마나

▷서울 재산세 평균 10% 증가

공시가격 인상은 곧장 주택 관련 세금에 영향을 미친다. 일단 보유세부터 오른다. 올해 서울 표준단독주택의 평균 가격(5억2720만원)에 해당하는 주택 보유자의 재산세는 104만원 수준. 지난해(94만원)보다 10%가량 오를 전망이다. 

다주택자나 고가 주택 보유자는 부담이 더 크다. 일례로 서울 마포구 연남동의 한 주택은 지난해 12억2000만원이던 공시가격이 올해 23억6000만원으로 93.4% 올랐다. 덩달아 보유세는 지난해 339만원에서 올해 509만원으로 180만원가량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1주택자 사례인 만큼 2주택 이상 다주택자라면 세금 부담은 더 커진다. 보유세 부담 상한이 전년 대비 150%를 넘지 않는 1주택자와 달리 3주택자의 경우 전년 대비 300%까지 오를 수 있다. 연남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단독주택을 보유한 집주인들이 보유세 부담에 매도가격을 알아보는 문의가 꽤 늘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용산구 보광로의 한 주택은 지난해 5억3500만원이던 공시가격이 올해 9억2300만원으로 뛰어 72.5% 상승률을 보였다. 집주인은 올해부터 9억원 이상 주택을 소유하게 돼 종부세 과세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보유세뿐 아니다. 양도세, 취득세, 상속증여세 등 각종 세금 부담이 커져 조세저항이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세금뿐 아니라 지역 건강보험료도 대폭 오를 전망이다. 지난해 말 기준 지역 가입자 768만가구 중 325만가구가 집이나 토지에 대한 재산보험료를 부담했다.

기초연금,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선정 자격이 까다로워지는 등 의도치 않은 피해가 발생할 우려도 크다. 주택만 보유한 노인이 기초연금 대상에서 탈락하거나 서민층이 국가장학금 수혜를 입지 못할 수 있다. 논란이 커지자 국토부는 “건보료의 경우 재산보험료 비중을 계속 낮추고 기초생활보장에서도 재산 기준을 조정하겠다”고 밝혔지만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다주택자뿐 아니라 똘똘한 한 채를 보유해온 실수요자까지 세금, 건보료 폭탄을 맞으면서 공시가격 인상에 대한 반발이 갈수록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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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시장 영향은

▷아파트 공시가 나오면 급매물 쏟아질듯

공시가격 인상은 부동산 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가뜩이나 침체된 부동산 시장이 더욱 위축될 우려가 크다. 집값이 떨어지는데도 세금은 계속 오르는 웃지 못할 현상이 나타날지 모른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1월 셋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06% 하락하며 10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9·13 대책에 따른 세금, 대출 규제 강화에 공시가격 인상까지 겹치면서 매수심리가 잔뜩 얼어붙었다. 서울 압구정 현대13차 전용 105㎡는 1월 초 22억8500만원에 팔렸다. 지난해 8월 거래가격이 28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5억원 넘게 하락했다는 의미다. 주택 거래도 뚝 끊겼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건수는 1771건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인 2008년 11월(1163건) 이후 10년 만에 최저치다. 올 들어서도 거래절벽이 더욱 심화되는 분위기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공시가격 인상에 따른 세금 부담이 세입자에게 전가돼 전월세 가격이 오를 가능성도 있다. 주택 입주 물량 증가, 다주택자 대출 규제까지 겹쳐 거래가 감소하면서 주택 시장이 한동안 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에는 단독주택 공시가격만 발표된 만큼 오는 4월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나오면 파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공동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단독주택보다 높기는 하지만 지금 분위기라면 아파트, 연립주택 등 공동주택 공시가격도 급등할 가능성이 높다.

국토부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공동주택 공시가격 시세 반영률은 68.1%였다. 이에 비해 단독주택은 51.8%였다. 시세가 많이 뛴 아파트의 경우 공시가격이 최소한 시세 상승분만큼 오를 것으로 보인다.

지역별로는 단독주택과 마찬가지로 최근 몇 년 새 아파트값 상승세가 두드러진 서울 강남권과 ‘마용성’ 지역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급등할 전망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강동구(12.17%), 마포구(11.03%), 송파구(10.4%) 등 주요 지역 집값 상승률이 두 자릿수에 달했다. 일례로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경우 지난해 기준 전용 84㎡ 공시가격이 10억2400만원이었다. 만약 최근 실거래가(17억2000만원)의 70% 선에 공시가격이 책정되면 전년 대비 17.6% 오른 12억400만원이다. 이때 보유세 부담은 336만2780원에서 443만9880원으로 100만원 넘게 늘어날 전망이다.

강북권도 마찬가지다. 성동구 옥수동 e편한세상옥수파크힐스의 경우 전용 84㎡ 실거래가가 13억원 수준이지만 공시가격은 7억원 안팎에 불과하다. 공시가 반영률이 70%라고 가정하면 올해 이 아파트 공시가격은 9억1000만원으로 단숨에 종부세 과세 대상이 된다. 전년 대비 공시가 상승률도 30%에 달할 전망이다.

매년 공시가격이 오른다고 가정하면 각종 세금 부담에 서울 주택 급매물이 쏟아질 수 있다. 공시가격은 오는 6월 1일 소유 기준으로 7월 재산세, 11월 건강보험료에 적용된다. 종부세는 12월부터 납부가 시작된다. 특히 종부세 최고세율이 3.2%로 올라 다주택자, 고가 부동산 소유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발표되는 4월 전후로 다주택자들이 대거 고가 주택 매물을 내놓을 것이란 전망이다.

조성근 부동산114 책임연구원은 “공시가격 현실화로 다주택자 매물이 쏟아질 가능성이 높다. 대기 수요는 가격을 대거 낮춘 급매물만 바라보는 분위기라 관망세가 더욱 짙어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급매물이 쏟아져도 정작 거래가 살아날지는 의문이다.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부동산 침체기에 고가 주택 매입이 부담스러운 만큼 갈수록 매물이 쌓여갈 우려가 크다. 덩달아 집값 하락 압력이 거세질 수 있다.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은 “아직 정부가 기대하는 수준까지 집값 안정화가 되지 않았다. 집값이 여전히 높아 추가 부동산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에 찬바람이 부는 상황에서 추가 대책까지 예고돼 당분간 반등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많다.

이참에 부동산 투자 전략을 재점검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다주택자의 경우 비핵심 지역 주택을 매도한 후 수도권이나 지방 대도시 역세권 아파트나 수익형 부동산 투자로 갈아타라고 추천하는 전문가가 많다. 다주택자 입장에서는 세금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임대사업자 혜택까지 줄어드는 만큼 증여 등 대안을 선택할 가능성도 있다. 배우자나 자녀에게 증여해 세금 부담을 줄이면서 적절한 매도 시기를 저울질하는 사례가 두드러질 전망이다. 무주택자라면 주택보다는 상가나 업무용 오피스텔, 지식산업센터 등 틈새상품에 투자하거나 경공매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최소 1~2년 이상 주택 경기가 침체될 가능성이 큰 만큼 시세차익 목적으로 아파트를 구입한 갭투자자, 다주택자의 경우 주택 수를 줄이거나 인기 지역 아파트로 갈아타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자금 여유가 있다면 관심 지역 아파트 급매물을 과감히 투자해볼 만한 시점이다. 매도자가 아닌 매수자 우위 시장이라 정부 부동산 정책 흐름을 지켜보면서 시간적 여유를 갖고 최대한 저렴하게 급매물을 사들이면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는 한태욱 동양미래대학 경영학부 교수 의견도 눈길을 끈다.

공시가격 ‘고무줄’ 산정 논란

다가구주택만 깎아준다? 체계적인 산정 시스템 절실

이번 표준단독주택 공시가격을 두고 ‘고무줄 산정’ 논란도 끊이지를 않는다. 지자체마다 이의 신청이 넘쳐났지만 고가 단독주택을 배제하고 다가구주택 위주로 조정해준 것을 두고 시끌시끌하다. 국토부가 이번에 발표한 서울 표준단독주택 공시가격 상승률은 17.75%로 1월 초 의견 청취를 위해 공개한 예정공시가격 상승률(20.7%)보다 3%포인트가량 떨어졌다. 공시가격 상승률이 조정된 것은 주로 다가구주택이었다. 서울 마포구 공덕동의 한 다가구주택 공시가격은 지난해 8억8900만원에서 올해 15억2000만원으로 사전 통지됐지만 의견 청취를 거쳐 10억1000만원으로 낮아졌다. 상승률이 70.9%에서 14%로 급감했다.

강남권에서는 지난해 공시가격이 25억9000만원이었던 강남구 역삼동 다가구주택 예정가격이 83억9000만원으로 고지됐다. 하지만 224%가량이나 급등, 형평성 논란이 빚어지자 64억9000만원으로 조정됐다. 이에 비해 인근 주상복합주택은 6억6900만원에서 11억원으로 50% 넘게 올랐지만 이의 제기에도 10억1000만원으로 소폭 내려가는 데 그쳤다.

게다가 공시가격 30억원을 초과하는 초고가 단독주택은 이의 신청이 거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시세가 50억원 이상인 용산구 한남동, 강남구 논현동 일대 단독주택은 대부분 예정가 그대로 최종 공시됐다. 지난해 공시가격이 33억4000만원인 강남구 논현동 한 단독주택은 예정공시가격과 같은 49억1000만원으로 확정 공시됐다.

다가구주택 공시가격만 깎아줬다는 논란이 커지자 국토부 측은 “다가구주택은 주로 서민 임대용으로 쓰여 보유세가 급등하면 세입자 임대료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인상폭을 하향 조정했다”고 밝혔다.

정부 해명에도 여전히 논란이 뜨겁다. ‘주민들이 항의하면, 그것도 다가구주택 위주로 깎아주는 깜깜이 공시가격은 신뢰가 가지 않는다’는 집주인 불만이 적잖다. 한 감정평가사는 “충분한 현장조사 없이 다가구주택 위주로 공시가격을 낮춰주는 것은 추후 문제가 될 소지가 크다”고 말했다. 고가 주택에 대해서는 이의 신청조차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비판도 나온다. ‘시세 15억원=고가 주택’이란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도 있다.

“단독 다가구주택은 아파트와 달리 거래가 많지 않은데도 실거래가 기준으로 공시가격을 산정하는 것 자체가 문제다. 정권 성향에 따라 손쉽게 공시가격을 조정하는 것은 조세 형평성에도 어긋난다. 지금이라도 주택 소유자가 납득할 만한 체계적인 공시가격 산정 시스템을 마련하는 게 절실하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 조언은 의미심장하다.

[김경민 기자 kmkim@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95호 (2019.02.13~2019.02.1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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