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서울 아파트 매매 262건
전년동기 7545건의 3% 불과
이달 강북구 `단 2건` 거래
지방서 시작된 아파트값 하락
서울 금천·관악구도 초읽기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에서 은평구가 19개월 만에 전주 대비 가격이 하락했다. 응암동의 한 중개업소에 `급매` 안내문들이 붙어 있다. [이승환 기자]
서울 노원구 7호선 마들역 인근 공인중개사무소 대표 A씨는 최근 두 달 넘게 거래를 단 한 건도 중개하지 못했다. 답답한 나머지 주변 부동산 대표들에게도 물어봤지만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간혹 실수요자 위주로 급매물을 내놓는 집주인들이 있지만, 정부 규제로 대출받기 힘든 바람에 살 사람도 없는 상황이다. 특히 최근에는 정치권에서 부동산 관련 세제 완화를 검토하는 이야기가 자주 나오자 '급할 것 없다'는 마음에 매물을 내놓았던 집주인들도 팔 생각을 접는 분위기다.
23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12월 셋째주(20일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지수에 따르면 서울 은평구는 전주 대비 0.03% 하락하며 지난해 5월 첫째주(-0.01%) 이후 19개월 만에 처음 하락을 기록했다. 서울에서 마이너스 변동률이 나온 것은 지난해 11월 2일 강남구(-0.01%) 이후 13개월 만이다. 은평구 외에도 서울 외곽인 금천구는 0% 보합을 보이고, 성북구는 0.02%를 기록하며 상승폭이 둔화됐다.
19개월 만에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이 하락 전환한 은평구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대출 규제 여파로 집값 상승도 주춤하고 거래도 없다"면서 "사려는 사람이 사라진 상황에서 로열층에서도 급매물이 나왔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은평구 응암동 백련산SK뷰아이파크 전용면적 59㎡는 지난 8월 최고가 10억4000만원에 거래됐지만 지난달에는 약 9% 하락한 9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 10월만 해도 14억3500만원에 거래됐던 은평구 녹번동 힐스테이트녹번 전용면적 84㎡는 지난달 12억5000만원에 거래되며 가격이 약 15% 내렸다.
서울 외에 경기도 외곽 지역의 아파트 가격 하락세도 계속됐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화성시는 전주와 같은 -0.02%의 하락률을 이번주에도 기록했고, 수원 영통은 0.08% 상승에서 -0.01%로 하락 전환했다. 의왕시는 보합을 기록했다.
아파트 전셋값은 서울에서는 성북구가 0.02% 떨어지며 2019년 6월 24일(-0.02%) 이후 2년6개월 만에 처음으로 하락 전환했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대출 규제, 단기 집값 고점에 대한 부담감,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기존 세입자들이 집을 사지 않고 살던 전셋집에 눌러앉아 있으니, 전세 이동 수요 또한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전셋값 하락 배경을 설명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당분간 한두 건의 급매물로 인한 시장 왜곡이 심화되고 관망세가 더욱 짙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은평구는 경기도 고양시 삼송동 등 근처에 대체지가 있고 대출 규제와 집값 급등 영향으로 30대의 '영끌'이 줄면서 하락 전환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당분간 숨 고르기 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동안 급등했던 집값과 정부 대출 규제, 정치권의 선심성 포퓰리즘 정책 등으로 부동산 시장의 거래 절벽도 심화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달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총 262건으로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6년 이후 월간 최소 거래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 12월(7545건)의 3% 정도에 불과한 수준이다. 서울에서 이달 거래가 가장 많은 강서구가 20건이고, 강북구는 단 2건에 그쳤다.
경기부동산포털에 따르면 경기 지역 역시 12월 아파트 매매 거래량이 1471건으로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6년 이후 가장 적다. 과천시에서 이뤄진 거래는 단 1건이었다.
한 금융권 강남 지역 PB는 "최근 정치권에서 세금 완화에 관한 이야기가 이어지자 고객 대부분이 일단 대선 때까지는 기다려야 한다는 생각에 매물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 부동산 정보업체 아실에 따르면 지난달 매물이 늘기 시작했던 서울 지역은 최근 다시 매물 증가세가 주춤하고 있다. 23일 기준 일주일 동안 서울 25개구 가운데 동대문구(-1.4%), 강동구(-1.3%), 강남구(-1%) 등 9개구에서는 매물이 오히려 감소했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거래량이 급감한 가운데 급매물에 의한 시장 가격 형성을 보고 시장 추이를 판단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세금 부담이 큰 상황에서 정치권에서 이를 완화하겠다는 이야기가 계속 나오고 있어 대선 때까지 관망세가 더욱 심화되고 '거래 절벽' 또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준형 기자 / 권한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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