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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가리고 아웅'…예정된 공급물량에 '사전청약' 딱지만

2021-08-26 매일경제

조회 2,544 | 추천 0 | 댓글 0 | 평점:없음

민간물량까지 끌어와 `사전청약 10만가구` 추가

사전청약 물량 크게 늘었지만
실제 공급 늘어나는 건 아냐
계약시점만 당기는 조삼모사
당첨 땐 다른 청약 참여 못해

내 집 마련 실수요자도 불만
"입주까지 최대 10년 걸리는데
그사이 전셋값 더 오를 우려"

◆ 사전청약 확대 ◆

 

이미지

 


정부가 기존 사전청약 물량 6만2000가구에 더해 10만1000가구를 추가 공급하기로 하면서 사전청약 물량이 16만3000가구로 늘어나게 됐다. 수도권 민간 아파트에서 1년간 공급되는 가구 수(11만3000가구)를 웃도는 공급량을 당초 공급 시점에 비해 3년 정도 앞당겨 공급하겠다고 나선 셈이다. 신축 입주기회를 만들어줄 테니 주택을 섣불리 매수하지 말고 정부를 믿고 기다려 달라는 의도로 풀이된다.

다만 시장과 전문가들은 회의론을 제기하고 있다. 이번 정부 발표는 새롭게 공급이 이뤄지는 물량이 아니라 기존에 공급하기로 한 물량을 '사전'이라는 이름을 달아 앞당긴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집을 다 지어놓고 파는 일반적인 다른 나라들과는 달리 땅만 확보하면 일단 분양을 하는 '선분양' 제도가 일반화돼 있다. 이에 따라 기존 청약제도로도 입주하는 데 보통 3~4년이 걸린다. 여기서 사전청약으로 추가 3~4년, 최대 10년 이상을 기다리는 제도로 무려 16만가구나 늘리겠다는 말이어서 과연 이런 발상이 현실성이 있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각종 부동산 규제로 집값 폭등을 일으킨 현 정부가 정책 실패의 책임을 지지 않고, 후세대의 몫을 미리 당겨 쓴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25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신규 사전청약 대상은 공공택지에서 공급되는 민영주택, 2·4 대책을 통해 추진되는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과 주거재생혁신지구사업 등을 통해 공급되는 주택이다. 시기별 신규 사전청약 물량은 올해 하반기 6000가구, 내년 3만2000가구, 2023년 상반기 1만6000가구, 2023년 하반기~2024년 상반기 4만7000가구다. 사전청약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이 공급하는 공공 분양주택에만 국한해 운영돼왔다. 집값 상승과 함께 주택 매수 심리가 진정되지 않자 민간 업체들이 3년 뒤에 분양할 아파트 물량까지 미리 앞당겨 공급하겠다는 방안이 나온 것이다. 통상 민간 시행사가 공공택지를 매입한 뒤 사업 승인을 받고 착공하는 데 2~3년이 걸린다. 이 과정에 앞서 청약부터 할 수 있도록 길을 열겠다는 취지다.

주택 매수 수요를 입주 대기 상태로 전환해 주택 공급 효과를 한발 앞서 보겠다는 게 정부의 정책 의도다.

윤성원 국토부 1차관은 "주택에 대한 미래 수요가 현재로 앞당겨져 지금의 가격 상승세로 이어지고 있다"며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사전청약 등을 통해 공급 시점을 최대한 앞당겨 불안 심리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정부의 사전청약 확대 방침이 '밑돌을 빼서 윗돌을 괴는 격'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결국 주택 공급 총량은 변하지 않는 데다 미래 세대의 몫을 현세대를 위해 끌어다 쓰는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 교수는 "정부가 현세대를 위한 주택 공급물량을 미래 세대 몫에서까지 끌고오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획기적인 신규 공급 방안이 나오지 않는 한 단기적인 시장 안정은 큰 효과를 거두기 어렵고, 입주 대기 수요가 늘어나 전세 수요만 부추길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수도권 아파트 공급량 1년치에 맞먹는 신규 사전청약 물량을 약속하고 나섰지만 실현 가능성에도 변수가 많다는 평가다. 정부가 주민 동의 절차가 진행 중인 2·4 대책 후보지에 대해서까지 대거 사전청약을 시행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정부는 현재 3분의 2 이상 주민 동의를 받은 곳부터 지구지정을 하고 내년에 사전청약을 하겠다는 입장인데, 13개 후보지에서 공급할 수 있는 사전청약 물량은 3800가구에 불과하다. 후년 정부가 목표로 하는 2·4 대책 후보지 사전청약 물량이 1만가구인데, 현재 주민 동의 과정에서 각 후보자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정부의 사전청약 계획이 현실화하면 일반공급을 노리는 청약 대기자들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민영주택은 일반공급 비율이 42%로 공공주택(15%)보다 높다. 2·4 대책 사업을 통해 공급되는 공공주택은 정부가 일반공급 비율을 50%까지 높여 놓았고, 그중 30%는 추첨제로 뽑는다. 특히 정부는 민영주택이다 보니 청약 참여자의 선호도가 높은 전용면적 60㎡ 이상 중대형 평형이 기존 공공주택 사전청약보다 많이 공급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작년 기준으로 민영주택의 전용 60~84㎡ 비중은 73%, 84㎡ 이상은 16.8%다. 공공분양의 경우 60~84㎡는 62.1%, 84㎡ 이상은 4.2%다.

청약 희망자는 사전청약 단계에서 평형별 타입, 추정 분양가 등의 정보를 바탕으로 청약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건설사의 추정 분양가를 검증하고 지자체가 예비 입주자 모집 승인을 해야 사전청약이 가능하게 된다. 다만 현재 사전청약은 사전청약 간의 중복 신청만 막고 있는 반면에 이번에 도입한 민간시행사업 사전청약은 당첨자 지위를 포기하기 전까지 다른 청약이나 사전청약에 응모할 수 없도록 제한했다.

[김동은 기자 / 유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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