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형 숙박시설의 청약 광풍이 지방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아파트 매매 가격을 훌쩍 뛰어넘은 분양가에도 수백 대 1의 경쟁률을 보이는 곳들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부산 해운대에서는 30억원을 넘어서는 분양가에도 3000대1 이상의 경쟁률을 보이는 사례가 확인됐다. 일부 실거주 수요와 함께 전매제한이 없어 당첨 이후 웃돈을 붙여 매매하려는 투기적 수요가 대거 몰린 결과다. 주거로 활용되는 생활형 숙박시설을 규제하겠다는 정부 방침이 무색할 지경이다.

22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지난 15~17일 진행한 '힐스테이트 해운대 센트럴' 청약에 총 10만5392건이 접수됐다. 이 단지는 1~4군으로 나눠 청약을 접수했는데, 신청금이 200만원인 1~3군에는 7만9534건이, 신청금이 400만원인 4군에는 2만5858건이 접수됐다. 사흘 새 청약 신청금만 2600억원이 쏟아진 것이다. 평균 청약 경쟁률은 455대1, 최고 경쟁률(4군·펜트하우스형)은 3232대1에 달했다.

특히 네 자릿수 청약경쟁률을 기록한 펜트하우스형 분양가는 전용 95㎡가 19억1300만원, 149㎡가 31억8000만원에 달한다. 주상복합 아파트인 해운대 아이파크 전용 93㎡의 매매 호가는 17억원 선이다. 인근 아파트 단지 시세보다 높은 분양가에도 수만 명의 청약자가 몰린 셈이다.

생활형 숙박시설에 대한 청약 과열은 경남 창원에서도 나타났다. 창원시 상남동 일원에 들어서는 '힐스테이트 창원 센트럴'은 지난 1~3일 청약을 진행했는데 6만6446건의 신청이 들어왔다. 평균 경쟁률은 224대1, 최고 경쟁률(전용 88㎡)은 231대1에 달했다. 이 단지 역시 분양가가 7억2590만~8억6310만원으로 창원 지역의 대다수 아파트 매매 시세를 훌쩍 뛰어넘는 가격에 책정됐다.

생활형 숙박시설 청약 열기는 지난 9월 서울에서 먼저 관측됐다. 롯데건설이 서울 마곡지구에 공급하는 '롯데캐슬 르웨스트'에는 57만명이 넘는 청약자가 몰렸다. 전용면적별로 1000만원에서 최고 1억5000만원까지 웃돈이 붙기도 했다.

22일부터 계약에 들어간 해운대 힐스테이트 센트럴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부동산 관련 단체 채팅방 등에서는 웃돈을 얹어 물건을 인수할 사람을 찾느라 분주한 상황이다. 웃돈은 적게는 600만원에서 많게는 2000만원까지 언급되고 있다.

전매가 자유롭다 보니 생활형 숙박시설 청약으로 한탕을 노리는 2030세대도 등장하고 있다. 잔금을 치를 의사가 없으니 고분양가도, 대출 한파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30대 A씨는 "클릭 몇 번에 적게는 수백만 원, 많게는 연봉 이상의 웃돈을 바라볼 수 있으니 청약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매수자를 못 찾으면 계약을 포기하면 그만이니 문제될 게 없다"고 말했다.

생활형 숙박시설은 전국의 만 19세 이상이면 누구나 청약통장 없이 신청할 수 있다. 100실 초과 오피스텔이 전매제한에 걸리는 반면 생활형 숙박시설은 전매제한도 받지 않는다. 주택 수에 포함되지 않아 양도소득세 중과 및 종합부동산세 대상에서 제외된다.

생활형 숙박시설 청약은 정부의 규제 방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상 과열을 보이고 있다. 생활형 숙박시설은 주거용이 아닌 말 그대로 수익형 숙박시설이다.

■ <용어 설명>

▷ 생활형 숙박시설 : 취사와 세탁이 가능한 중장기 숙박시설을 말한다. 호텔과 오피스텔의 장점을 모아놓은 주거 형태로, 청약통장이나 가점이 필요하지 않고 건축법을 적용받기 때문에 주택 수에 포함되지 않아 중과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유준호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