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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억 전세 세입자도 '전전긍긍'…내달 전월세 신고제 시행

2021-05-11 매일경제

조회 1,166 | 추천 0 | 댓글 0 | 평점:없음

20억 이상 전월세 5년간 9배↑
서울 서초·강남구가 대부분
최고 보증금은 71억원 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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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보증금 71억원으로 국내 최고가 전세를 기록한 브르넨 청담 전경. 2021.5.10.한주형기자

 

6월 정부가 전월세 신고제를 시행한다고 전격 발표하면서 보증금 20억원 이상 초고가 전월세 시장이 긴장하고 있다. 높은 보증금을 낀 임차물건을 찾는 세입자들은 자금흐름이 드러나지 않기를 원하는 경우가 많은데 신고제가 시행되면 정부 관리망에 그대로 노출되기 때문이다. 집주인 입장에서도 실거래가 신고를 하지 않으면 '사각지대'에 있던 임대소득이 과세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10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최근 몇 년 서울 전세가격이 오르는 동안 초고가 전세거래도 꾸준히 늘어났다. 2015년만 해도 45건이던 보증금 20억원 이상 초고가 전세는 2016년 70건, 2017년 145건, 2018년 217건, 2019년 277건, 지난해 412건까지 매년 급증했다. 5년 만에 9배 이상 증가한 셈이다.

올해 1월 1일~5월 7일에도 보증금 20억원 이상 전월세는 서울에서 133건이나 거래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91건)보다도 훨씬 많은 수치다. 최근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수요의 상당 부분이 주택 매매로 전환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초고가 전세 시장이 매우 굳건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올해까지 최고가 전세보증금은 71억원으로, 사상 최초로 전세보증금이 3.3㎡당 1억원을 넘어섰다. 2021년 2월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고급빌라인 브르넨(BRUNNEN)청담 전용 219.96㎡가 이 가격에 거래됐다. 청담동 고급빌라 구역에 2019년 지어진 주택으로 루프탑, 단독정원 등이 있는 고급 펜트하우스로 설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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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지역별로는 초고가 전월세는 강남구(199건)가 가장 많았다. 이어 반포동을 중심으로 하는 서초구에서 164건이 거래됐다. 초고가 전월세 거래 중 두 자치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88.1%에 달했다. 성동구 23건, 용산구 22건이 뒤를 이었고 송파구(2건), 양천구(1건), 종로구(1건) 에서도 보증금 20억 이상 전월세 거래가 나왔다. 매일경제신문사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들 초고가 전세보증금은 매매가격 대비 비율이 대부분 70% 안팎으로 집계됐다.

20억원 이상 초고가 전세를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경제력이 상당한 자산가들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이 집을 사지 않고 임차해 사는 이유가 절세 목적은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게 세무사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전세보증금 20억원짜리 주택은 대개 시세로 35억원 안팎이다. 이 정도 가격대인 주택의 올해 보유세는 약 1500만원일 것으로 추정된다.

집값이 급등하는 중에도 이들이 전세를 선택하는 이유를 부동산 업계에선 '정부 규제'에서 찾는 경우가 많다. 이번 정부는 세제 등으로 고가주택 소유자를 집중적으로 공격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주택을 구매할 경우 정부가 자금 출처 조사를 하기 때문에 원치 않게 재산 내용이 모두 드러나는 위험을 초고가 전세 수요자들이 피하고 싶어 한다는 뜻이다. 실제로 초고가 전세의 대부분은 사업가나 연예인, 외국계 기업 임원 등 신분 노출을 꺼리는 수요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집주인 입장에서도 초고가 전세는 그다지 나쁜 점이 없었다. 보증금이 20억원이면 고스란히 은행에 정기예금으로 넣어두더라도 1년에 3000만원 안팎의 이자 수입이 생겼기 때문이다. 현행 법령에 따르면 부부합산 기준 3주택 이상 보유자가 아니면 전세보증금은 과세 대상이 아니다. 월세도 2주택부터 세금을 물린다. 게다가 확정일자 등 신고를 하지 않는다면 임대수익이 정부 전산망에 잡히지 않아 세금을 피해갈 수 있었다.

하지만 전월세 신고가 의무화된다면 초고가 시장의 판도도 크게 바뀔 것으로 보인다. 우선 임대인은 누락할 수 있던 소득이 모두 노출된다. 현재 임대소득이 연 2000만원 이상이면 종합소득세 과세 대상이다. 정부는 전월세 신고제를 시행하면서 "과세 자료로 활용하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태도를 바꿀 수 있다고 부동산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임차인 입장에선 장단점이 동시에 있다. 장점으로는 실거래가로 신고한 전월세 주택은 임차인의 확정일자가 자동 부여돼 별도 장치가 없어도 보증금을 보호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가장 먼저 꼽힌다.

또 주변 시세와 비교도 쉽다. 반면 초고가 전세보증금에 대한 과세 가능성은 큰 위험요소다. 실제로 고액 전세보증금에 대한 세금 부과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은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또 고가 전세 거주자들 가운데 부모로부터 증여된 돈으로 거주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세금 추징이 쉽지 않은 부분이 있었는데 신고제가 시행되면 규제 대상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월세 신고제가 시행되면 초고가 전세시장에 어떤 방향으로든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보증금을 보호받는 등 장점이 있지만 편법증여 조사·과세 등의 위험이 있어 시장위축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손동우 부동산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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